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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onts 102 -- 인쇄(typography)

이 절에서는 인쇄의 몇 가지 기본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내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글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1 서체의 분류

고정폭 대 가변폭(fixed versus variable width)

글꼴에는 여러 가지 분류법이 있다. 첫번째로, 고정폭 글꼴과 가변폭 글꼴로 나눌 수 있다. 고정폭 글꼴은 모든 글자들이 똑같은 폭을 갖기 때문에 타자기로 찍어낸 것 처럼 보인다. 이런 성질은 텍스트 편집기나 컴퓨터의 콘솔 같은 환경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긴 글로 이루어진 본문에서는 좋은 것이 아니다. 고정폭 글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쿠리어(courier) 글꼴이다. 다른 한 종류는 가변폭 글꼴이다. 고정폭 글꼴도 쓸모있지만(예를 들어, 이 문서에서 예로 드는 모든 쉘 명령어는 고정폭 글꼴로 나타낸다.), 여러분이 쓰는 대부분의 글꼴은 가변폭이다.

셰리프, 넣을 것인가, 넣지 않을 것인가?

셰리프(serif)란 글자 끄트머리에 붙이는 조그만 갈고리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타임즈-로만 같은 글꼴에서는 i 자의 아랫쪽과 위쪽에 쑥 튀어나온 갈고리가 있다. 보통 셰리프가 있는 글꼴이 없는 글꼴에 비해 더 읽기 쉽다고 한다. 셰리프 글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산셰리프(sans serif=셰리프 없는) 글꼴에는 이런 조그만 갈고리가 없어서, 비교적 뻣뻣해 보인다. 산셰리프 글꼴은 책의 본문 같은 곳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간단히 훑어 보게 되는 문서(웹 페이지, 카탈로그, 판매용 팸플릿 등)에 적합하다. 산셰리프 글꼴은 컴퓨터 스크린에 표시되는 글꼴, 특히 작은 크기의 글꼴로도 이용된다. 글꼴에 세세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산셰리프 글꼴이 더 분명히 표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icrosoft는 Verdana 글꼴을 스크린 상에서 매우 작은 크기로도 읽을 수 있게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산셰리프 글꼴에는 Lucida sans, MS Comic Sans, Verdana, Myriad, Avant Garde, Arial, Century Gothic, Helvetica 등이 있다. 한편 인쇄업자들은 Helvetica가 해롭다고 생각한다. Helvetica는 다소 남용되고 있으며, 인쇄업자들이 쓴 많은 책들이 사용자들에게 Helvetica로부터 거리를 두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묵은 것과 새 것 -- 셰리프 글꼴의 여러 형태

올드스타일(Old Style)

올드스타일 글꼴은 15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전통적인 스타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글꼴은 보수적인 디자인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매우 읽기 좋다. 이 글꼴들은 긴 문서를 쓰기에 적합하다. '올드스타일'이라는 이름은 글꼴이 디자인된 때가 아니라, 글꼴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oudy Old Style 같은 전형적인 올드스타일 글꼴이 있는데, 이 글꼴은 20세기에 디자인된 것이다. 올드스타일 글꼴들은 다음과 같은 특색을 갖고 있다.

주요한 올드스타일 글꼴로는 Garamond, Goudy Old Style, Jenson, Caslon 등이 있다. (마지막 것은 이론의 여지가 있다. 트래디셔널로 보는 이들도 있다.)

모던(Moderns ( or didone ))

모던 글꼴은 올드스타일 글꼴과 반대다. 모던 글꼴은 대개 올드스타일 글꼴에 비해 더 많은 문자와 더 많은 속성을 갖고 있으며, 긴 문장을 입력하기 보다는 문서에 문자를 추가하는 쪽에 적합하다. 하지만, 흑백으로 갈리는 것은 아니어서, computer modern이나 Monotype modern, New Century Shoolbook 처럼 아주 읽기 좋은 모던 글꼴들도 있다. (이 글꼴들의 경우, 더 읽기 좋게 하기 위해 굵은 획과 가는 획 사이의 대비가 더 부드럽게 되어있다.) 모던 글꼴은 19세기 이후에 유행한 디자인에 바탕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고 있다.

Bodoni가 가장 유명한 모던 글꼴이다. 다른 모던 글꼴로는 computer modern과 computer modern의 바탕이 된 Monotype modern이 있다.

트래디셔널(Transitional)

트래디셔널 글꼴은 모던과 올드스타일 글꼴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많은 트래디셔널 글꼴이 올드스타일 글꼴에 버금가게 읽기 좋지만, 올드스타일 보다는 후대의 디자인에 바탕하고 있다. 모던 글꼴로 향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트래디셔널 글꼴들은 모던 글꼴에 비해서는 훨씬 더 모호하다. 트래디셔널 글꼴의 예로는 Times Roman, Utopia, Bulmer, Baskerville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Times는 올드스타일에 가까운 반면, Bulmer는 모던처럼 보인다.

슬랩셰리프(Slab Serif)

슬랩셰리프 글꼴은 올드스타일의 부드러운 갈고리꼴이나 모던의 일부에서 보이는 가는 선에 비해, 두껍고 마치 벽돌 같은 셰리프를 갖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슬랩 셰리프 글꼴은 견고해 보이고 일반적으로 매우 읽기 좋다. 슬랩 셰리프 글꼴에는 Nile이나 Egyptienne 처럼 이집트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이 글꼴들은 실제로는 이집트와 아무 관계가 없다.) 여기 속하는 글꼴들은 복사된 문서나 신문에 인쇄되는 문서 처럼 질의 저하에 의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문서를 읽기 쉽게 하는데 매우 매우 훌륭하다. 이 글꼴은 정말로 견고하다. 유명한 슬랩 셰리프 글꼴로는 여러 가지 타자기 글꼴과 Clarendon, Memphis, Egyptienne가 있다. 슬랩 셰리프 글꼴에는 고정폭인 것이 많다. 거꾸로 대부분의 (거의 모든) 고정폭 글꼴은 슬랩 셰리프에 속한다.

산셰리프 혁명(The Sans Serif Revolution)

놀랍게도 산셰리프 글꼴의 등장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최초의 잘 알려진 산셰리프 글꼴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도안되었다. 초기의 도안에는 Futura와 Grotesque, Gill Sans가 있다. 이 글꼴들은 산셰리프 글꼴 가운데 '지오메트릭', '그로테스크', '휴머니스트' 부류를 각각 대표한다.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라는 이름은 처음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뻣뻣한 그 디자인에 놀랐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로테스크는 셰리프가 없고 보다 단순 명료한 디자인 때문에 전혀 장식이 없어보인다. 이런 '충격적인(in your face)' 외관 때문에 그로테스크는 헤드라인에 알맞고, 보다 읽기 좋게 한 변형꼴들은 본문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 만화책이나 판매용 팸플릿 등에 좋다. 그로테스크는 맞수격인 지오메트릭 글꼴에 비해 예술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오메트릭 글꼴에 비해, 그로테스크는 폭에 더 많은 변화가 있고, 더 많은 획을 가지며, 원호 등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보다 사각꼴이다. 그로테스크는 대문자 G와 소문자 a를 지오메트릭과 달리 쓴다. 그로테스크는 최소한의 디자인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전위적인 지오메트릭 처럼 극단 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주목할 만한 그로테스크 글꼴로는 남용되고 있는 Helvetica를 비롯해, Grotesque, Arial, Franklin Gothic, Univers가 있다.

지오메트릭(geometric)

Futura 글꼴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선언으로부터 나왔다. 지오메트릭 부류의 글꼴은 엄격하게 최소한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외관을 갖는다. 경중이 없는 일정한 선폭이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굵은 그로테스크와 휴머니스트 글꼴이 때때로 눈에 띄는 선의 변화를 보이는데 비해, 지오메트릭 글꼴에서는 이런 변화가 극히 드물다. 디자인 상에서 확실하게 지켜지는 최소주의도 주목할 만 하다. 글자들은 거의 언제나 곧은 수평선과 수직선으로 이루어지고, 호는 마치 컴퍼스로 그려진 것 처럼 보일 만큼 원형이다. 글자들은 최소한의 획수를 갖는다. 나중에 근대 예술을 폭풍처럼 휩쓴 최소주의 철학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특징은 지오메트릭 글꼴에 현대적인 면모를 준다. 글꼴이 지오메트릭 부류라는 것을 말해주는 표시는 대문자 G인데, 이 글자는 최소주의에 입각해 길쭉한 원호 하나와 수평선 하나라는 두 획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에 띄는 다른 하나의 글자는 소문자 a로서, 이 글자도 수평선과 원이라는 단순한 두 획으로 되어 있다. (또다른 a 자는 더 복잡해서 쓰이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지오메트릭 글꼴로는 Avant Garde, Futura, Century Gothic이 있다.

휴머니스트(humanist)

이름이 말해주듯이, 휴머니스트 글꼴은 외관에서 보다 인간적이 되자는 목적을 가지고 도안되었다. 많은 면에서 여기 속하는 글꼴은 지오메트릭이나 그로테스크 보다 셰리프 글꼴을 닮았다. 이 글꼴은 '펜으로 쓰여진' 모양을 가졌다고 일컬어진다. 이 글꼴은 선의 굵기에 미묘한 변화를 갖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굵은 글꼴에서 눈에 띈다. 곡선의 모양은 지오메트릭에 비해 훨씬 덜 엄밀하다. 여기 속하는 글꼴들은 "double story"의 소문자 g에 의해 다른 글꼴들과 구분되는데, 올드스타일의 셰리프 글꼴에서 쓰이는 g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휴머니스트 서체는 올드스타일 글꼴과 비교적 호환 가능하기 때문에, 꼴사나운 문서를 만드는 일 없이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다.

호환성있는 서체(Compatible Typefaces)

서체를 그룹으로 묶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따라서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글꼴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이롭다. 두 가지 서체를 논리적으로 선택하자면 셰리프와 산셰리프다. Monotype's Typography 101 page 에는 어울리는 서체들을 범주로 묶어 알려주고 있다. 이 페이지에서는 모던과 지오메트릭 서체가 좋은 짝을 이루고, 올드스타일과 휴머니스트도 잘 어울린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트래디셔널도 휴머니스트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슬랩셰리프는 그로테스크와 짝을 이루고, 슬랩셰리프의 변형꼴 중에는 지오메트릭이나 휴머니스트와 어울리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 홈페이지를 읽고 나면, 이 홈페이지의 생각이 본질적으로 좀더 보수적인 셰리프는 좀더 온건한 산셰리프와 어울리고, 보다 거친 모던 셰리프는 전위적으로 보이는 지오메트릭과 쌍을 이룬다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3.2 모은자와 작은 대문자 글꼴, 그리고 전문가 글꼴

모은자(Ligatures)

글꼴의 간격을 적절히 맞추는 것은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예를 들어 "fi"라고 제대로 글자를 조판하기 위해서는 i가 f에 아주 가깝게 위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i의 윗부분의 점이 f와 부딪히고, i 머리부분의 셰리프도 f의 수평획과 부딪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글꼴모음에는 모은자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fi"라는 모은자는 "fi"라는 두 글자로 된 문자열을 대신해서 쓸 수 있는 한 글자다. 대부분의 글꼴에 fi와 fl의 모은자가 들어 있다. 나중에 거론할 전문가(expert) 글꼴들은 ffl, ffi와 윗점을 땐 i 자 등의 다른 모은자 까지를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작은 대문자 글꼴(Small caps fonts)

작은 대문자 글꼴은 소문자 대신 축소된 대문자를 갖고 있다. 이런 글꼴은 강조할 필요가 있는 제목 등을 쓰는데 유용하다. (LaTeX에서 자주 사용된다.) 대개 작은 대문자로 제목을 쓸 경우, 각 낱말의 첫 글자는 큰 글꼴로 쓰고, 나머지는 작은 글꼴로 쓴다. ("title case"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모두 큰 글꼴로 썼을 때에 비해 훨씬 더 읽기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모두 큰 글꼴로 쓰는 것은 조판계에서는 커다란 죄악이다.)

전문가 글꼴(Expert fonts)

전문가 글꼴은 하나의 서체를 보완하기 위해 도안된 여러 가지 추가 글꼴로 이루어진다. 이 글꼴에는 모은자, 서체와 함께 쓰기 위해 도안된 작은 장식 활자(mini-dingbat)과도 같은 오너먼트(ornament), 작은 대문자 글꼴, 멋을 부려 서예체로 쓴 붓글씨체(swash) 문자 등이 포함된다.

3.3 글꼴의 메트릭과 형태(Font Metrics and Shapes)

글꼴의 메트릭은 여러 가지 폭의 글꼴들 사이의 간격을 정의한다. 메트릭은 글꼴의 크기와 커닝(kerning)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커닝 정보란 커닝 짝, 즉 서로 다른 간격을 주어야 하는 글자쌍들을 지정하는 정보이다. 예를 들어 "To"는 보통 커닝 짝에 속하는데, 간격이 바르게 주어지면(kerned), o의 일부분이 T의 아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LaTeX과 같은 조판 프로그램은 어디에서 한 줄을 끊고, 어디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까를 판단하기 위해 커닝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WYSIWYG 인쇄 프로그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트릭에 더하여, 글꼴의 외곽선 혹은 형태가 있다. 획이나 액센트 표시 등, 글꼴의 형태를 이루는 구성요소는 "글리프(glyphs)"라고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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