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장미가 장미다우려면

리누스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것이 왜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이론을 만든 후, 나는 이 이론을 내 새로운 프로젝트 (물론 훨씬 덜 복잡하고 덜 야심적인 프로젝트) 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popclient 를 더 재조직화하고 단순화한 것이었다. 칼 해리스 (Carl Harris) 의 구현방식은 매우 건강한 것이었지만 많은 C 프로그래머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일종의 불필요한 복잡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코드를 중심적인 것으로, 자료구조는 코드를 받쳐주는 것으로 취급했다. 그 결과 코드는 아름답지만 자료구조는 임시변통(ad-hoc)으로 설계되었고, 보기에 좋지 않았다. (최소한 옛 LISP 해커의 높은 기준에서 보자면 말이다)

그리고 코드와 자료구조를 개선하는 것 말고도 나는 또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popclient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는 무엇인가로 진화시키는 것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버그를 수정하는 책임을 맡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처음 한달 정도가 지날 동안 나는 그저 칼의 기본적인 설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따라다니기만 했다. 내가 처음으로 중요한 수정을 가한 것은 IMAP 지원이었다. 프로토콜 머신을 일반적인 드라이버와 세가지 메소드 테이블 (POP2, POP3, IMAP을 지원하는)로 재조직했다. 이것과 그 이전의 변경들은 프로그래머들이 기억해 둘만한 일반적인 원리를 보여준다. 특히 C 와 같이 즉흥적으로 프로그램하기 힘든 언어에서는.

9. 자료구조를 훌륭하게 만들고 코드를 멍청하게 만드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잘 작동한다. (Smart data structures and dumb code works a lot better than the other way around)

브룩스의 책 9장(Chapter 9) 에 이렇게 쓰여있다. ``내게 [코드]를 보여주고 [자료구조]를 숨긴다면 나는 계속 어리둥절할 것이다. 자료구조를 보여준다면 코드는 볼 필요도 없이 뻔한 것이다.'' 사실 브룩스는 ``흐름도'' 와 ``테이블''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30년간 변해온 용어들과 문화를 고려한다면 거의 똑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1996년 9월 초, 일을 시작하고 6 주가 지난 후) 나는 이름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더 이상 POP 클라이언트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설계상에 정말 새로운 것이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내가 만든 popclient 는 아직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fetchmail 이 어떻게 SMTP 포트로 가져온 메일을 포워드 시켜야 하는지 알고 난 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그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앞서 나는 리누스 토발즈가 옳은 방법으로 일을 해냈다는 내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험을 했을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1. 일찍, 자주 발표했다. (발표간격이 10일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개발에 몰두해 있을 때는 하루에 한번씩 발표했다)

  2. fetchmail 에 대한 일로 나에게 연락해 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베타테스터 목록에 올렸다.

  3. 새로 발표할 때마다 베타테스터들에게 떠들썩하게 발표를 알리며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격려했다.

  4.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설계 결정에 대해 투표를 하기도 했고 패치나 피드백을 보내올 때마다 베타테스터들을 구슬렀다.

이 단순한 방법들은 즉각 효력을 나타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개발자들이라면 학수고대할 만한 버그 리포트를, 때로는 훌륭하게 수정된 코드를 받을 수 있었다. 사려깊은 비판과 팬 메일, 기능제안들을 받았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10. 베타테스터들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긴다면 그들은 정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어준다. (If you treat your beta-testers as if the're your most valuable resource, they will respond by becoming your most valuable resource)

fetchmail 의 성공을 재는 재미있는 척도 중 하나는 프로젝트 베타테스터 메일링리스트인 fetchmail-friends 의 크기이다. 이 글을 쓰고있을 때 목록에는 249 명이 있었고 1주일에 2~3명이 추가되었다.

1997 년 5월말 경에 글을 수정하면서 보니까 목록은 300명 가까이 되었고, 멤버들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흥미로왔다. 몇몇 사람들이 구독을 중단하면서 fetchmail 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더 이상 메일링리스트를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 이것이 성숙한 시장 스타일의 프로젝트가 가지는 정상적인 라이프사이클 중 하나일 것이다.